“밀실경영, 장·차남 갈등 유도
다른 대기업 리스크 관리 시급”

롯데 경영권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으로 신격호 총괄회장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기대는 독특한 경영 환경을 꼽고 하루빨리 명확하고 투명한 경영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경영, 밀실 경영의 병폐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5일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하는 상업적 세계에서는 민주적 원리가 지배해야 하는 정치 영역과 달리 제왕적 경영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지금까지 진행된 롯데 사태에서는 결과적으로 제왕적 경영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신 총괄회장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력해 아들이 60세가 되도록 후계 구도를 짜는 데 별달리 서두르지 않은 듯하다”며 “경영권 승계같이 큰 리스크(위험)가 예상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금이라도 주주총회 등 투명하고 명확한 절차를 통해 후계 구도에 대한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른 대기업 역시 제왕적 경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창현(경영학)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제왕적 경영이 승계를 둘러싼 장·차남 간 갈등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90세가 넘은 총괄회장이 과거처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건 롯데의 명백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제왕적·밀실 경영이 과거 스타일로 국민들의 높아진 의식과 점점 멀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 운영 방식이 소비자 감성과도 직결되는 상황에서 롯데의 행태가 싸늘한 국민 시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밀실 경영이라고 해서 지분 구조가 불투명해지고 이 때문에 일본 기업 논란까지 나오는 게 상당히 안타깝다”며 “제왕적·밀실 경영의 부작용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훼손을 불러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