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생존 시기와 겹쳐
이슬람교 창시후 작성된 듯
현대의 코란과 내용 유사

기존에 알려진 코란 역사
무함마드가 천사 계시 듣고
제자들이 구전-필사로 정리

22일 영국 버밍엄대가 공개한 코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코란 원본으로, 최소 1370년 전에 쓰여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뒤 수년 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버밍엄대 연구진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이번에 발견된 코란이 제작된 시기를 568년에서 645년 사이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시기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610년에서 사망한 632년 사이로 학계에서는 제자들이 무함마드의 말을 직접 받아 적은 코란의 초고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코란은 1972년 예멘 사나에서 발견된 ‘사나 사본’으로 671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이슬람교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며 크게 흥분하고 있다.

버밍엄대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토머스 교수는 로이터, B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발견된 코란은 이슬람교 창시 후 수년 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 면에서는 현재의 코란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코란을 쓴 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의 연설을 듣고 그와 친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자드 리즈비 영국 엑시터대 아랍·이슬람 문화원장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코란이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코란이 어떻게 기록됐는지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코란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약 1400년 전 무함마드가 알라신에게 받은 계시가 구전되다 제3대 칼리프(이슬람제국 최고통치자) 시기에 완성됐다는 것이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61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인근 히라산 동굴에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를 전해 들었다. 무함마드는 이를 제자들에게 말로 전했고, 실제 기술은 제자들을 통해 이뤄졌다.

이후 구전과 필사가 진행되면서 내용이 조금씩 다른 코란이 생겨났지만 제3대 칼리프 우스만(644∼656 재위)이 단 하나의 코란으로 집대성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코란이 우스만 재위 시절보다 앞선 시기에 제작됐고 현대의 코란과 내용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슬람교 창시부터 구전이 아닌 기록으로 교리가 완성됐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맨체스터대에서 현대 이슬람 문화를 강의하는 하즈키 아이시마는 “이 코란은 이슬람 문화가 구전적인 문화라는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코란은 1920년대 칼데아 가톨릭교회 사제 알폰세 밍가나가 현재의 이라크 모술 등 중동 지역을 돌아다니며 모은 3000점 이상의 문서 중 하나로, 제작 시기가 밝혀지지 않은 채 버밍엄대 도서관에 지난 100여 년 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국립도서관 큐레이터 무함마드 이사 웨일리 박사는 이 코란을 ‘귀중한 생존자’라고 찬양하며 무슬림들의 심장을 뛰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밍엄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이맘(이슬람 성직자) 무함마드 아프잘은 BBC에 “처음 이 코란을 봤을 때 매우 감동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코란이 공개되면 많은 영국인이 버밍엄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버밍엄대는 오는 10월 이번에 발견된 코란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