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성적이고 책임감 강한 성격… 스스로 희생해 조직 보호하려한 듯”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운영에 관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45) 씨는 평소 강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를 방문한 조문객들은 그의 평소 태도와 성향으로 미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일 유가족과 조문객들에 따르면 임 씨는 전북 익산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면서도 온화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품 탓에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업 성적도 뛰어난 편이어서 당초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해 합격 직전까지 이르렀으나 고혈압이 문제가 돼 지방 국립대 전산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한국통신 입사가 결정된 상황에서 국가안전기획부 7급 임용시험에 동시 합격하면서 부모의 권유로 공직에 입문,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만 20여 년간 근무해왔다. 지난 1년여 동안은 대전에서 근무하며 주말에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왔다.

최근에는 국정원의 해킹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히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가족은 “고인이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임 씨의 유서를 접한 전문가들은 임 씨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으며, 빈틈없는 성격에 ‘스스로 희생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국정원의 주요 의사결정 라인에 있거나 공작 요원도 아닌 프로그래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까닭은 조직에 대한 과인식이나 과잉 충성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성훈·김영주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