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 씨가 삭제한 자료의 복구 작업이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은 당초 20일 1차 복구작업을 벌여 삭제된 파일의 윤곽을 파악할 예정이었다. 국정원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삭제 파일을 복구하고, 복구에 성공한 자료는 100% 공개한다는 방침에 변함없지만 삭제된 파일의 명단과 규모 등을 파악하는 데에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삭제된 것으로 보이는 파일이 발견되더라도 국정원에서 취급하는 파일 이름 대부분이 암호로 돼 있어 파일명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숨진 임 씨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만 20여 년간 근무했던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일을 쉽게 복구가 가능한 방식으로 지웠을지도 의문이 남는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도 “삭제된 파일이 100% 복구 가능한지는 실무적 차원에서는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삭제 파일의 실체에 대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대북 용의자의) 이름 명단 같은 것을 지운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대북 용의자 목록이 삭제 자료에 포함됐을 경우 이 중 국내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등이 포함됐을지의 여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일부 대북정보 전문가들은 삭제 자료에 대간첩 작전 수행 중 민간인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인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친북인사와 연결된 연락책 성격의 내국인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삭제된 자료에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되는 대테러 및 대북 공작활동 담당자의 신원이나 활동 목적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