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회원국들이 모여 협정문 서명식을 하고 본격적인 ‘개장 준비’에 나서면서 중국 안팎의 언론들은 “AIIB의 시대가 열린다”며 들썩이고 있다.

중국 및 중화권 언론들은 이날 서명식에 대해 시 주석의 참석 및 AIIB의 향후 운용 방향, 중국과 인도와의 지분율 비교, 회원국 면면 등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계열의 경제주간지 궈지진룽바오(國際金融報)는 29일 “AIIB 협정식이 왔다”는 전면 특집 기사를 통해 “29일은 AIIB의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베이징에 모여 AIIB 협정문의 서명식을 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궈지진룽바오는 “국제 화폐시스템이 효과를 잃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개혁에 실패하면서 AIIB가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 것”이라고 AIIB 설립 배경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힘이 강해지고 아시아 경제는 발전 잠재력이 크며 유럽과 아시아의 일체화는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점은 AIIB가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IIB의 행동 규범은 높은 효율성과 청렴, 그리고 친환경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57개 창립회원국 중 필리핀 정부는 AIIB 설립 협정문에 당분간 서명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고 이날 보도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가을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중국이 영유권을 두고 대립 중인 남중국해에서 매립 공사를 강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로버트 탄 필리핀 재무부 재무관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정부가 서명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베이징에서 열리는 서명식에는 대표를 보냈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