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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사이 ‘넛크래커’ 형국
사면초가 수출 ‘代打’ 필요

단기적 수출 촉진 추진하되
중장기 산업 구조개선 병행
내수-서비스산업 적극 육성

지난 2009∼2013년 기간에 중국은 세계 1위 품목 수를 1231개에서 1538개로 307개 늘렸다. 반면 이 기간 우리나라는 73개에서 65개로 8개 줄어들며 뒷걸음질쳤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기업의 대형화 및 첨단화 진전으로 우리나라 주력제품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 크게보기‘깜짝 성장’ 日 수출화물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0%로 발표된 가운데 8일 수출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도쿄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도쿄 = EPA·연합뉴스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고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가파른 속도로 끌어올리면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넛크래커’라는 표현이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수출 수요 부진에 환율여건의 악화, 대중 수출의 둔화, 일본의 도약으로 경쟁이 한층 심화하면서 수출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모양새다. 이런 악조건 속에 수출의 경제기여도가 계속 하락하면서 금과옥조처럼 여겨 왔던 수출지향형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이제는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에 한층 방점을 두면서 서비스업을 돌파구로 삼아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춰야 할 때라는 것이다.

9일 한국은행, 민간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순수출(수출-수입)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1980∼2000년대까지 1.0%포인트 수준에서 2010∼2014에는 0.6%포인트로 대폭 줄었다. 올 들어 1분기에는 -0.7%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수출이 연관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힘에 부치는 현상이 역력하다.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구성비, 부가가치 유발계수, 취업유발계수도 덩달아 약화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3%에서 수출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중인 기여율은 45.5%로 2009년(-28.6%) 이후 가장 낮았다. 유일한 성장엔진 기대주인 수출 동력에 문제가 생겼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내·외수 균형성장 패턴 전환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량 강화 등 정부가 급한 대로 마련한 단기적인 수출 촉진 대책은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 수출 및 제조업 성장과 함께 내수·서비스산업 주도의 성장을 통해 축을 맞추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통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의료, 바이오, 나노, 환경 등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 연구부문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한시적이나마 제조업, 서비스산업, 수출과 내수 부문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끝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정 부문에 재원을 투입하는 단기부양이 과열 양상을 낳으며 후유증만 남긴 결과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내 기업의 R&D 지출에서 서비스산업 비중은 10%에 머무는가 하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인식이나 차별의 문제는 여전하다.

신 부문장은 “대형화 및 기업화 촉진, 혁신 친화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저성장 징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을 재도약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