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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메르스 겹쳐 불가피
‘마중물’ 역할 톡톡히 할것

규모 지나치면 적자 커져
예년 수준 편성이 바람직

여·야 정치권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더욱 확산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나서면서, 추경이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급락하는 경기에 대한 ‘특단의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가재정법에 엄격하게 규정된 추경 편성 요건 때문에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경기 재침체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식(경제학·전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 교수는 “가뜩이나 투자가 위축된 상태에서 메르스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좀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현 상황에서는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 규모를 지나치게 늘릴 경우 재정 적자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추경의 규모는 예년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훼손을 막기 위해 추경을 포함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확장적인 재정 정책은 단기 경기 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고, 특히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의 재정지출승수는 0.498로 추정되기 때문에 경기 대응책으로 추경을 편성할 경우 성장률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올 상반기를 넘길 경우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기 힘들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10일부터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 심의를 시작하고, 내년 예산안 국회 제출 마감일이 오는 9월 11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추경 편성에 대한 결론을 늦출 경우 추경과 내년 예산안 등 2개의 예산안이 동시에 국회에 제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르면 9월로 전망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외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추경 편성 타이밍(시기)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 및 재정확대정책이라는 마중물(통화 및 재정확대정책)을 부었지만, 아직까지 마중물이 지하수(본격적인 경기회복)를 끌어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이 불어닥치기 전에 추경 편성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정책 조합(policy mix)’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에서는 엔저와 유로화 약세에 따라 우리 수출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다시한번 점검해 다각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 추경편성을 중심으로 나올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