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압수수색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 위치한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본부를 급습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증거 자료들이 담긴 상자들을 나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美 법무부 공소장 공개
2010 남아공월드컵 유치때
돈거래 정황 구체적 적시

월드컵 수입 6조3000억원
현금 보유액 1조6500억원
지출 내역 비공개 ‘폐쇄적’
비영리단체로 세금도 안내

국제축구연맹(FIFA)이 부패의 온상이란 오명을 받게 됐다. 1904년 축구의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창설된 뒤 111년 만에 맞이한 최대의 위기다.

FIFA가 미국 사법 당국의 대대적인 비리 수사 표적이 된 이유는 엄청난 액수의 돈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성장한 월드컵에 기업 스폰서들이 수십억 달러를 싸들고 달려들면서 돈과 권력, 부패의 고리가 싹텄다. 실제로 FIFA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TV 중계권과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약 6조3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현금 보유액도 15억 달러(1조65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FIFA는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자금 운용에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았다. 부정부패의 덩치가 커진 이유다.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 회장 1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조직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부정부패는 확산됐다. 제프 블라터 회장이 1998년 처음 회장에 당선된 이후 17년간 FIFA를 폐쇄적으로 ‘지배’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특히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수수 등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FIFA는 눈총을 받았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유치과정에서도 큰돈이 오갔다.

미국 법무부가 27일 공개한 FIFA 뇌물 의혹 관련자 공소장에는 2010 남아공월드컵 대회 유치 과정에서 이뤄진 돈거래 정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FIFA 집행위원이었던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은 제3자에게 남아공월드컵 유치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호텔 방에서 1만 달러의 지폐묶음들로 채워진 서류가방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이 인사는 돈가방을 받은 뒤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날아와 워너 전 부회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당시 모로코도 2010년 대회를 유치하려고 워너 전 부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너 전 부회장은 찰스 척 블레이저 전 FIFA 집행위원에게 “FIFA 고위 간부들과 남아공 정부, 남아공 유치위가 1000만 달러를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알림으로써 일종의 ‘표 단속’을 했다. 이 돈을 받은 워너 전 부회장 등 3명은 결국 남아공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게 미 검찰의 판단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IFA의 한 관리가 2008년 1∼3월 모두 1000만 달러를 FIFA의 스위스 금융계좌에서 미국 뉴욕을 거쳐 워너 전 부회장이 관리하는 금융계좌로 온라인 입금했다. 미 검찰은 워너 전 부회장이 이 중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FIFA의 한 고위 임원은 워너 전 부회장에게 “축구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싶으니 사람들을 좀 모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그에게 36만3537.98달러를 온라인 송금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이 행사 후 호텔의 한 회의실에서 ‘선물’을 받아가라고 참석자들에게 권했다. 선물이란 4만 달러가 든 현금 봉투였다고 NYT는 전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