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긴장한 FIFA 관계자들 27일 스위스 법무부가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관계자 6명을 체포하자 이사 하야투(오른쪽 세 번째) FIFA 수석 부회장이 취리히의 한 호텔 밖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직 인사들이 미국 주도의 비리 수사 속에 줄줄이 체포되면서 FIFA의 부패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가 FIFA의 전면 개혁으로 이어질지, 29일 FIFA 총회에서 치러질 차기 회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체포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제프 블라터(79·스위스) FIFA 회장이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만은 분명하다.

붙잡힌 제프리 웹 FIFA 부회장, 잭 워너 전 부회장,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 등은 모두 블라터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며, 뇌물수수 의혹이 일었던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다. 5선에 도전하는 블라터 회장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블라터 회장은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수족’을 내치는 등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FIFA 윤리위원회는 웹 부회장 등에 대해 ‘일체의 축구 관련 활동’을 금지했다. 블라터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위법 행위는 축구계에 발을 붙일 수 없으며, 관련 인사들이 축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윤리위원회에서 신속하게 징계조치를 취했고, FIFA에서 위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FIFA 회장 선거에 참가하는 206개 회원국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만약 블라터 회장의 17년 장기 집권이 종식된다면, FIFA의 차기 리더는 선거에 출마한 알리 빈 알 후세인(40·FIFA 부회장) 요르단 왕자가 된다.

후보직을 사퇴하고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를 지지한 미카엘 판프라흐(68) 네덜란드 축구협회장과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출신 루이스 피구(43), ‘반블라터’ 전선에 앞장서온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등도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장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이른 시일 내에 FIFA가 비리 관행을 완전히 씻어내는 대개혁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터 회장이 재집권할 경우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개혁 정책을 추진하긴 하겠지만, 측근들은 물론 자신도 부패 의혹을 받아온 만큼 개혁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이번 수사의 칼끝도 블라터 회장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블라터가 FIFA 회장으로 남아 있으면 FIFA의 신뢰성과 지도부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IFA 회장이 바뀌어도 급격한 변화는 힘들다. 블라터 회장은 1998년부터 FIFA를 이끌어왔다. 사무총장 시절까지 합치면 1981년부터 무려 34년 동안 ‘블라터 체제’가 유지돼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임 회장이 들어와 이 틀을 깨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