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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많은 가정의 달, 가정 상담·이혼 증가

임신 중인 김모(여·36) 씨는 부부의 날(21일)을 앞두고 남편과 크게 싸웠다. 친구의 남편이 부부의 날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간다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부부의 날 이야기를 꺼냈다가 싫은 소리만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여행을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외식을 하자고 했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싸움이 났고, 지금까지도 말을 안 하고 있다”며 “화목해야 할 부부의 날이 부부싸움의 날로 바뀌어버렸다”고 울상지었다.

직장인 안모(42) 씨도 지난해 부부의 날 부인과 다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부의 날을 아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각종 기념일로 5월 지출이 많으니 부부의 날은 그냥 넘어가자”고 말한 것이 화근이 돼 과거 서운한 것까지 들춰내면서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던 것. 안 씨는 “5월은 기념일이 너무 많고 그때마다 예상보다 지출이 많아져 내심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이어 5월 가정의 달의 마지막 기념일이라 할 수 있는 부부의 날을 앞두고 가정불화를 겪는 부부가 늘고 있다. 부부의 날을 챙기지 않는다는 사소한 감정 싸움은 물론, 가정의 달 각종 기념일을 챙기다 많이 늘어난 가계지출 때문에 다툼을 빚게 되는 것.

실제 가정의 달인 5월에 되레 부부싸움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발간하는 ‘월간가정상담’의 2014년 전국 상담통계를 월별로 취합한 결과, 지난 2014년 5월 접수·처리된 총 상담은 1만3367건으로, 2014년 월평균(1만2823건)을 웃돌았다. 5월 이혼 건수도 월 평균보다 높다. 이혼 신고 시점 기준으로 2011∼2013년 월별 평균 이혼 건수를 보면 5월은 1만100건으로, 이 기간 월 평균 9600건보다 500건 가량 많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가정의 달 기념일을 챙기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부가 사전에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려는 태도를 가져야 부부싸움을 막을 수 있다”며 “또 선물과 현금 등 무리한 물질적 교류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전하려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