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결정 측근이 다하고 국민이란 말 내세워 반대파를 반개혁 낙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타파와 당 개혁 요구를 ‘지분 요구’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한 문건이 공개되자 당내에서 불통, 독선의 리더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표는 13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을 만난 후 비노(비노무현)계가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당원에게 드리는 글’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이 글에서 비노 진영의 쇄신 요구를 기득권 챙기기로 봤다. 민집모 모임에서 전순옥 의원이 ‘당 개혁 요구는 공천 얘기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문 대표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소통이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전형적인 불통의 행태를 보인 셈이다.

측근이나 비선 위주의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문 대표는 비선 라인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당의 공식 직책에 있는 인사들조차 비선 정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당직자들도 모른 채 주요 결정이 내려지고, 당직자들은 통보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직후 최고위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율해야지 측근들이 다 결정하면 박 대통령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을 내세워 상대방을 고립시키는 행태가 박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노의 한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이 민생을 내세워 야당을 비롯한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 대표는 국민을 앞세워 반대파를 ‘반개혁’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이나 문 대표나 ‘나만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을 둘러싼 대여 전략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연계’에 대한 여론이 긍정 일변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까지 추가로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여당에서 새정치연합의 입장을 정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직무 정지로 최고위원회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됐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내홍을 확산시키면서 당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