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5’의 ‘G2인가 G1인가-미·중 관계’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에릭 리 청웨이 캐피털 대표,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회장,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김낙중 기자 sanjoong@

‘미·중관계’ 세션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향한 중국의 야망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57개국 참여 속에 연내 출범을 앞둔 가운데 동서양의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누리던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약진에 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주변국들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을 일컫는 ‘주요1개국(G1)’의 위치를 고수할지, 중국이 여기에 가세해 ‘주요2개국(G2)’의 대립구도를 형성할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학자·전문가들의 논의의 대상을 넘어 관련 주변 국가들의 안보 문제로 부각한 상황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5’에서 이에 대한 국제관계 연구자, 전문가들의 논의가 벌어졌다. 이런 거대 담론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는 결론이 나지 않기 마련이지만 ‘중국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G1이냐 G2냐’에 대한 현시점에서의 진단은 최소한 ‘G2로 가고 있는 상황’으로 종합될 수 있다.

이날 아산플래넘의 ‘G2인가 G1인가 - 미·중 관계’ 세션에서 사회자인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중국이 동북아지역에 대해 어떤 야심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패널들에게 던졌다. 먼저 답변자로 지목된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중국은 주변국이 평화롭고 번영하길 원하고, 그렇게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국은 후발주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오용되고 남용됐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에 국민들이 더 이익을 챙기라는 압력이 있었고 주변국은 지역의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상충됐다”며 “미국이 중국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상황은 더 파괴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 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병존과 상호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 지역은 아주 넓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다 수용할 수 있다”며 “중국과 미국의 국익이 상호의존성을 가지게 된다면 양국이 상대방의 국력을 보다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모두 부합한다는 게 자 원장의 입장이다.

반면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전과 지역에 대한 의도를 ‘모노 독트린’(아시아가 중국의 영향권임을 주장하는 선언)에서 잘 정의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 지역에 대해) 다른 비전도 공존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우방국들은 미국이 계속 동북아에 있기를 원하고 미국 정부도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것과 동맹국이 원하는 것, 중국 일부 당국자들이 생각하는 것들 간에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슈퍼 파워를 갖는 시대는 다시 안 올 것 같다”며 “동북아 지역(의 영향력)은 (중국과 미국이) 1.3과 1.7의 비율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인 스티븐스는 중국과 미국의 입장 및 관계를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패널로서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을 지목하고 그의 입장을 물었다. 정 교수는 “중국은 아직 미국을 당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100년에 이르는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며 “군사적으로는 더 오래 걸리겠지만, 경제적으로는 더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중국은 이미 G2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