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의 지정학’ 세션

28일 아산플래넘 ‘국제 금융의 지정학’ 세션에서는 기존 국제 금융 질서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전략적 실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미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리더십과 전략을 구사했다는 비판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서 트로이 스탕가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IB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국제 금융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의 부상 등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탕가론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800억 달러 가량이 필요한 만큼 AIIB 문제를 일종의 재원 재분배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탕가론 연구원은 “AIIB의 당위성이 충분함에도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미국 리더십의 실수”라고 평가했다.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AIIB가 국제사회의 주목 속에서 화려하게 출범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에 AIIB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밝혔다. 스틸 연구원은 “미국이 AIIB에 반대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것과 같은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스틸 연구원은 “아베의 참배가 ‘동아시아 평화를 저해하는 국가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AIIB 반대는 중국의 건설적 기여를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반대한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인 이해만 따지자면 미국은 일본이 AIIB에 가입하도록 권해야 한다”며 미국의 여러 우방국들이 AIIB에서 지니는 지분이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일본이 가입하면 친미 진영의 지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를 이용해 AIIB 내부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SG증권의 오석태 상무는 AIIB의 미래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오 상무는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는 AIIB의 역할이 클 수 있겠으나 나머지 지역에선 AIIB가 대안적 경제기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상무는 AIIB 내 거버넌스의 문제 등이 남아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중복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