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힘의 한계 ?’ 세션

미국이 최근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슈퍼파워’ 지위로 귀환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패권의 한계도 드러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8일 개최한 ‘아산플래넘 2015’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내적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힘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한승주(고려대 명예교수) 전 외무부 장관은 “기존의 미국 국력 쇠퇴에 대한 분석은 과장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 힘의 한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힘의 분산 △국제문제의 성격 변화 △미국 국내 정치의 양극화 △한·일 관계 등과 같은 미국 동맹국과의 갈등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미국 외교정책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전 장관은 “미국이 상당기간 독보적인 초강대국으로 남겠지만, 힘을 제약하는 요소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국내에서 처한 한계를 극복하고, 외교적으로는 일방주의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미국이 정치·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 파워(경성 권력)에 경제·문화 요소의 소프트 파워(연성 권력)를 현명하게 결합하라고 제안했다.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말로 미국의 슈퍼파워 지위가 여전함을 강조했다. 퓰너 회장도 한 전 장관처럼 미국의 힘을 제약하는 요소로 미국의 국내 정치와 예산 상황을 꼽으면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아시아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국방예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퓰너 회장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미국은 이 지역 안정을 보장하는 정직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오윈주(姚云竹) 중국군사과학원 소장은 미국의 전방위적 국제문제 개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오 소장은 “미국이 다른 국가의 정권 교체 등에 개입하면서 힘을 너무 써서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고 진단하면서 “미국은 서구식 민주주의가 유일한 정치 체제라는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지역·국제기구 개혁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필립 스티븐스는 “미국이 쇠퇴했다기보다는 쇠퇴한 것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이 앞으로 신중한 행보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10∼20년 내에 가장 중요한 잣대는 전 세계 문제에 얼마나 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미국의 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