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상장 건설사였던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고 금융권의 손실이 1조 원대로 커진 가운데 경남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 수사 결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횡령과 그에 따른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남기업이나 그 계열사의 재무상황 분석을 맡았던 회계법인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경남기업 감사보고서를 보면 성 전 회장의 대아건설과 경남기업이 흡수 합병된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대주회계법인에서 경남기업 외부감사를 맡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신우회계법인이 맡았다. 대주회계법인과 신우회계법인은 성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대아레저산업 등의 외부감사도 수임했다.

이들 회계법인은 경남기업에 대해 감사의견을 모두 ‘적정’으로 제시했다. 대주회계법인은 경남기업 3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전후에도, 신우회계법인은 경남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돌연 마이너스로 전환된 2012년과 2013년에도 감사의견을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감사 적정의견은 회사의 회계처리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소액 투자자들을 포함한 외부 기관은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 보고서 의견을 기업의 자금 흐름 건전성 및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본 지표로 활용한다.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는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고, 상장폐지 등으로 투자자들의 큰 피해를 초래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김태환(새누리당) 의원의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징계 이상의 부실감사가 적발된 상장사는 39개 기업이고, 이중 19개 기업은 적발 이후 상장폐지가 됐다.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로 인한 기업 도산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발생 문제는 금융권이 해결해야 하는 오랜 과제로 분류돼 있을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남기업이 해당 회계법인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추후 검찰 수사에 따라 부실 감사 등의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