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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비틀대던 MBC ‘일밤’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등장한 ‘나는 가수다’가 긴 침체기를 겪던 ‘일밤’을 견인했듯 4년 후인 2015년 4월 첫선을 보인 ‘복면가왕’(왼쪽 사진)은 5% 안팎의 시청률을 거두며 전작인 ‘애니멀즈’의 두 배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노래냐?”는 푸념도 들리지만 또 한 편에서는 “노래 만한 게 없다”는 반응이다.

가수 혹은 일반인의 가창력 대결을 다룬 ‘가창 예능’은 안방극장의 터줏대감이다. MBC는 ‘복면가왕’ 외에 ‘나는 가수다 시즌3’와 ‘쇼 음악중심’을 제작하고 있고, KBS는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스케치북’ ‘뮤직뱅크’ ‘콘서트 7080’ 등을 한 주에 방송한다. 이 외에도 SBS ‘케이팝 스타’(오른쪽)와 ‘인기가요’, 종합편성채널 JTBC ‘끝까지 간다’와 케이블채널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운데), ‘엠카운트다운’ 등 일주일 동안 15개 가량의 가창 예능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여기에 JTBC ‘히든싱어’와 Mnet ‘쇼미더머니’와 ‘보이스 코리아’ ‘언프리티 랩스타’ 등 시즌제로 제작되는 가창 예능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가창 예능이 각광받는 이유는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고음 대결, ‘불후의 명곡’의 편곡 대결, JTBC ‘히든싱어’의 모창 대결 등은 3∼5분 안에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대중이 부담없이 듣고 우열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 중 현재 노래로 평가받는 프로그램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서창만 ‘일밤’ 책임프로듀서는 “노래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는 콘텐츠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 방송되는 예능으로 적격”이라며 “‘복면가왕’은 노래를 즐기는 것 외에 가면을 쓴 가수의 정체를 맞히는 예능적 재미를 가미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향유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것도 가창 예능이 난립하는 이유다. ‘뮤직뱅크’와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지상파 3사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가수 위주로 꾸며진다. 주 시청층인 10∼20대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를 챙겨보기 때문에 본방송 시청률은 2∼3% 수준이다. 반면 50대 이상 시청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의 시청률은 10%를 웃돈다. 주 시청층이 TV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주로 접한다는 의미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각 프로그램별 타깃 시청층이 분명히 갈린다. 특정 장르를 다루는 음악 프로그램이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돌 위주 순위 프로그램 외에 트로트 중심의 ‘가요무대’, 힙합 가수들이 출연하는 ‘쇼미더머니’ 등 다양한 가창 예능이 세분화되는 것”이라며 “배우들이 아닌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라는 것도 가창 예능이 연이어 제작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