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서산 이송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안치돼 있던 성완종(왼쪽 아래) 전 경남기업 회장의 운구차가 10일 오전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태열과 90년대 중반 ‘인연’… ‘친박·친이에 野 포함’ 예측도
“成, 유력 정치인 이름 거명… ‘금전적 도움줘 막역’자랑”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품에서 유력 정치인 5∼6명에게 금품을 전달한 메모가 발견되면서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 메모에는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품 제공 사실을 밝힌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도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성완종 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정치권에 사정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2년 당내 경선과 대통령선거 관련 자금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사법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예고했다.

이날 복수의 여야 인사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자유민주연합 인사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성 전 회장은 당시 매일 아침 박태준 자민련 총재 자택을 찾아 문안 인사를 하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김종필 전 총리, 친박(친박근혜)계 K 의원, 친이(친이명박)계 H 의원 등 충청권 전·현직 정치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실장과의 인연도 허 전 실장의 충북지사 시절인 1990년대 중반에 맺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과정에서 돈을 많이 뜯기고 고생만 했다”며 “내가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정치를 하려 하느냐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의 인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전 실장과 성 전 회장의 친분이 깊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을 잘 아는 인사들은 만약 ‘성완종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그 리스트엔 친박계 인사뿐만 아니라, 친이계와 야권 인사들의 이름도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청권 마당발로 통했던 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하고도 깊은 신뢰를 쌓은 것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한 지인은 “성 전 회장이 야당 대표급 인사 등 유력 야당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내가 금전적 도움을 많이 줘서, 나하고는 뭐든지 얘기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 때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성 전 회장의 다른 지인은 “성 전 회장이 사업가의 본능적인 방어전략으로 노무현정부에도 ‘베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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