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금액 기재… 한사람은 날짜별 적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정치인 5∼6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를 남긴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된 것으로 검찰은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9일 성 전 회장이 자살할 당시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정치인 이름이 담긴 메모지가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메모에 기재된 사람은 5∼6명 정도이고 이름과 금액만 기재돼 있는데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자별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해당 메모지는 손바닥 만한 크기로 적혀진 글자 수는 총 55자다. 검찰은 해당 메모지가 성 전 회장이 직접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적을 감정하고, 필적이 확인될 경우 성 전 회장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검찰은 유족과 경남기업 임직원을 불러 관련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해당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10년짜리 범죄(뇌물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앞서 공개된 자살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에게 2006년 미화 10만 달러, 허 전 실장에게 2007년 7억 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검찰이 갖고 있는 메모지에도 금액과 시점이 일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인터뷰 녹취록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충청포럼’ 회장을 맡으며 여야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메모지에는 현재 여야 인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과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