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붕어는 모두 한 자가 넘는다는 낚시꾼들의 허풍이 골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라운드에서의 화제는 약속이나 한 듯 갖가지 핑계가 펼쳐진다.

어제 밤늦도록 술을 마셔 아직 술이 덜 깼다는 사람,

상가에서 밤을 꼬박 새워 몸이 말이 아니라는 사람,

며칠 전부터 몸살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이라는 사람, 장시간의 운전으로 몸이 굳었다는 사람 등 끝이 없다.

골프를 근 10여 년 쳐 보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최상’이라고 말하는 골퍼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오늘은 이상하게 드라이버는 잘 맞는데 아이언이 안 맞는다’든가 ‘아이언은 괜찮은데 오늘 따라 드라이버가 안 맞는다’는 얘기, 아니면 ‘퍼팅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 등이다.

퍼팅 이야기가 나오면 따라 붙는 이야기가 “글쎄, 30㎝ 퍼팅을 몇 개나 놓쳤는지 모르겠다”는 엄살이 빠지지 않는다.

겨울이면 공이 튀어 스코어가 엉망이라는 핑계도 빠지지 않는다.

스코어가 나빴던 이유는 플레이가 끝난 후 욕탕에서 만발한다.

그 중에서 30㎝짜리 퍼팅을 계속 놓쳐 스리퍼터를 밥 먹듯이 했다는 핑계가 가장 재미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30㎝는 잘은 몰라도 130㎝는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낚시꾼들이 놓친 ‘팔뚝보다 큰 한 자짜리 붕어’나 골퍼들이 놓친 ‘30㎝짜리 퍼팅’은 일반인의 잣대로는 결코 잴 수가 없다.

욕탕에서 그날의 스코어 얘기는 뺄 수 없는 특별 메뉴.

친구 중에 한 사람은 항상 100을 넘는데 오늘 몇 개 쳤냐고 물을 때가 가장 괴롭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나올 때 체면상 “100개를 넘겼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궁리 끝에 만든 말이 “오늘도 80을 넘었다”는 것.

이 친구의 얘기로는 우선 이 스코어로 체면도 세울 수 있고 더구나 절대 허풍을 떤 것도 아니고, 더욱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90을 쳐도 80을 넘긴 것이며, 100을 넘겨 쳐도 80을 넘긴 것이니 틀림없이 거짓말이 아니다.

“오늘도 80을 넘겼다.”

정말 재치 있고 유머가 가득 찬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