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명시’ 내용 못 담아
언론 길들이기에 악용 위험성

김무성 “모든 것 다해야 한다”
법개정·전면보완 가능성 시사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 10일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시행과 관련, “법의 시행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으로는 안 되며 법 개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자 정부·여당은 “시행령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현재의 법 체계로는 ‘언론 자유 보장’과 관련한 부분을 시행령에 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1일 국회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에 시행령으로 위임된 사항은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에 대한 조치 △부정청탁의 신고·확인·처리 및 기록·관리·공개 등에 필요한 사항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가액범위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신고 및 처리 등에 필요한 사항 △강의·강연·기고의 대가 △외부강의 등의 요청 신고 △초과 사례금 받은 경우 신고 방법 △금품수수 조사기관 이첩과 신고자 통보 방법 등 8가지다.

현재 김영란법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언론사를 수사할 수 있게 돼 이로 인해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가 현재보다 쉬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도 언론 자유 대책을 강조하며 수사기관이 언론인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려면 미리 그 이유를 밝히고, 언론사에도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령 8가지 항목 중 수사절차를 명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성기(법학) 성신여대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으로 가능한 것은 과태료 부과 절차에 대한 부분”이라며 “수사기관의 수사절차는시행령에 담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으로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 참여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언론 보호 대책을 시행령에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김영란법 시행령과 법 개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전면적인 보완 및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