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법학 교수들의 ‘분노’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김영란법’의 과잉 범죄화 가능성 등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법 전문가들이 ‘법 상식’을 도외시한 ‘입법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전형이라며 연일 법 수정안을 만든 국회를 향해 비판적인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자유경제원 본원에서 열린 ‘김영란법, 과잉 범죄화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법학 교수들은 김영란법 입법과정에서부터 법 적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비판’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의견들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 후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김선정(법학) 동국대 교수는 “국가의 법질서가 공권력 위주였던 ‘경국대전’처럼 사적 자치의 영역조차 두려운 일상이 되고 마는 과도한 공법의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며 김영란법 이후 우리 사회 모습을 예상했다.

김상겸(법학) 동국대 교수는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기관인 검·경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잘못하면 ‘수사공화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기관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지는 데 따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고, ‘소송 공화국’이 될 가능성도 많다”고 우려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빠지고, 언론인도 틀림없이 (법 적용대상에서)제외될 것”이라며 “결국 일반직 공무원과 민간인인 사립학교 교사만 ‘잠재적 부패혐의자’로 간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우려는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선정 교수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상당수는 이 법률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고 하니 ‘법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조차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한다는 입법 목적은 나름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이 법 외에도 다양한 형사법을 통해 통제가 가능한데도 굳이 김영란법을 제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 중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는 위헌의 여지를 안고 있다”며 “과도한 형벌 등 통제방법도 과도해 규제 방법이 부적절한 위헌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형법 이론을 파괴하는 입법권을 벗어난 국회의 폭거”라며 “건전하고 정상적인 민주 국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