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적용 대상을 언론인과 사립학교 직원 등 민간으로 확대한 것과 관련, 여론조사를 근거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형성(헌법학)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률 전문가들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은 법의 문제에 대해 여론을 근거로 견해를 밝히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의 대상을 명확히 정하고, 그에 맞는 입법을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입법이 진행됐다”며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 등 민간 영역의 직군이 포함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도 이날 “위헌 여부는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의해 평가해야 하는데 여론조사를 이유를 들어 위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인기영합적 발언”이라며 “대법관을 지낸 분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대표는 “여론조사 등을 이유로 공적 영역과 동일하게 민간 영역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헌법정신이나 시대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찬성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법리적 결함이 치유되는 건 아니다”라며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헌성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하는 데 있어서 여론조사를 근거로 제시한 것은 법률가로서 납득이 안 된다”며 “매우 부적절한 논거 제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69.8%가 사립학교 직원과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며 “따라서 과잉입법이나 비례원칙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병채·김동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