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고 생산성이 갈수록 저하되는 국내 금융회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자율성 보장’과 ‘제대로 된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금융사들의 한계를 지적하며 “금융사에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괜찮은 상품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는 현 상황을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금융의 삼성전자나 골드만삭스가 왜 나오지 않느냐고 원성인데, 이들은 주인이 있는 회사지만 국내 18개 금융지주 회사와 은행 가운데 15개의 금융사는 주인이 없다”면서 “주인 대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관치에 시달리는 까닭에 ‘수익성’에 매진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업을 더 이상은 실물을 지원해야 하는 역할에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면서 “금융 ‘산업’ 그 자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제대로 된 ‘성과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융산업으로 키우려면 뛰어난 ‘인재’와 ‘서비스’ 가 필수인데 미흡한 성과체계로 인해 모두 놓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은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 ‘지불’해야 한다는 개념이 적다”면서 “금융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지불’이 있을 때 서비스 수준이 그에 상응하게 올라갈 수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외국의 은행의 경우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통장 유지비를 받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당국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수료 낮추기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에도 적정한 성과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산업을 키우려면 사람이 핵심인데 일례로 펀드 운용을 아무리 잘해도 성과 보수에 대한 세율이 국내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출중한 전문 인력들이 금융업에 많이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