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월 3일 사무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하이투자증권 건물 앞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노조 제공

국내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최근 5년 새 직원당 생산성을 3배나 끌어올린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선진국과의 생산성 차이가 워낙 커 한국 금융사의 고질병인 ‘쌍둥이 격차’(해외 및 제조업과의 생산성 차이)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일 문화일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국내 주요 제조업체 및 금융지주,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제조업은 갈수록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반면, 금융업 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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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상위 10개 제조업체(제일모직 제외)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지난 2008년 3963만 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 7230만 원, 2010년 1억1618만 원, 2011년 9288만 원, 2012년 1억2123만 원을 각각 기록했고, 지난 2013년엔 1억2645만 원까지 올라섰다. 5년 새 직원 1인당 생산성이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반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보험사, 증권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08년 3억1134만 원에 달했다. 이는 당시 10대 제조업체의 1인당 순이익(3963만 원)의 7.9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후 4대 금융사의 생산성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1인당 순이익은 2억8796만 원, 2010년 3억5385만 원, 2011년 3억4555만 원, 2012년 2억2499만 원을 기록했고 지난 2013년에는 1억1177만 원까지 추락했다. 제조업체들이 5년 새 생산성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금융사들은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보험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4개 보험사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08년 5510만 원을 기록한 뒤 2009년 1억593만 원, 2010년 1억8263만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1억2017만 원, 2012년 1억1205만 원, 2013년 6983만 원으로 급격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국내 증시 침체로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국내 10대 증권사(하나대투증권 제외)의 1인당 순이익은 2008년 4560만 원에서 2009년 7234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5942만 원, 2011년 4814만 원, 2012년 3174만 원을 기록했고 지난 2013년에는 오히려 1119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14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금융보험업 1인당 노동생산성은 7만9964달러로 노르웨이(39만7823달러)의 2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룩셈부르크(28만7430달러), 스위스(26만4980달러), 네덜란드(23만1335달러) 등은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3배가량으로 높았다. 일본 금융보험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 역시 14만6369달러로 한국의 2배 수준이었다.

장병철·김석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