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점포 수, 환란때보다 적어
외국서 버는 수익비중 1~2%

전 세계 금융업계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무기력증 병세가 깊어진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점포 수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오히려 줄었고, 생산성은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 ‘총체적 위기’ 상태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은 6조2000억 원으로 미국 금융회사인 씨티그룹 영업이익 114억9000만 달러(약 12조6000억 원·충당금 반영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해외 사업은 20년 가까이 지나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9개(영업행위를 하지 않는 사무소 제외)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4개)보다 오히려 5개 감소했다. 2005년 88개까지 감소했다가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보험·카드 업계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김정훈 의원은 “씨티·JP모건 등 해외 주요 은행은 자국 밖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이 30∼50%에 달한다”며 “중국계 은행도 해외 수익 비중이 4%를 웃도는데, 1∼2%에 불과한 것이 우리 국내 금융산업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내실의 척도인 생산성은, 선진 시장은 물론 국내 제조업과의 격차도 커지는 일명 ‘쌍둥이 격차’ 증세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내 상위 10개 제조사와 금융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제조사는 최근 5년 동안 3배나 상승한 반면 금융사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해외시장 개척과 혁신을 위한 경쟁은 사라지고 금융당국은 건전성 감독의 함정에 빠져 왔다”고 분석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