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을 다룰 논의기구 구성을 본격화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증세·복지 논란이 불거진 원인에 대해 여야가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자체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대국민 설득과 홍보 실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인식차로 인해 향후 실질적인 증세 및 복지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야 간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증세 없는 복지’ 수정을 공언하고 있는 것에 공개 반박은 자제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 발굴, 비과세 감면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국민들에게 ‘꼼수 증세’로 비친 것은 분명 우리의 잘못이지만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세 없는 복지는 장기 경기침체로 증세 여력이 없는 반면 복지 수요는 폭증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충격이 덜 가게 하자는 취지로 나온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는 잘못 설계된 정책이 아니라는 뜻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난 2년 동안 증세 없는 복지가 안 된다는 게 확인됐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의 지적과 배치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