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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70%로 축소땐 비용 감소폭 충분치 않지만
비과세정비·지출조정 통해 복지재원 마련 가능할 수도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5일 내놓은 복지 정책 비용에 대한 추계 결과는 무상(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할 경우 적어도 당분간은 국내에서 증세(增稅)를 하지 않아도 복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5∼2017년 3년간 현행 보편적 복지를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할 경우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소득연계형 정부장학금) 등 4대 복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비용은 13조500억 원 감소한다.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할 경우 비용 감소 폭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동안 조세 체계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비과세·감면 정비(2013년 기준 33조8350억 원)와 비생산적이거나 중복으로 지급되고 있는 각종 복지 지출을 철저히 구조조정 할 경우 증세 없이도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복지 체계를 소득 하위 50%에 대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할 경우에는 올해부터 3년간 4대 복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비용이 31조1430억 원이나 감소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4대 복지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비용이 53조5890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비과세·감면 정비와 복지 구조조정 등까지 병행할 경우 증세 없이 복지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복지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복지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급증하는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대타협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복지 비용 증가를 법인세 인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할 경우 순수 복지 비용 증가분 외에 대규모의 간접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현행 복지 체계를 유지하게 되면 2015∼2017년 3년간 4대 복지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 84조7320억 원 외에 간접비용이 66조45억 원이나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경연이 법인세 인상에 따른 간접비용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정부의 세수 감소액 △소비자의 소비 감소액 △근로자의 소득 감소액 △자본소유주의 자본소득 감소액 등이다.

한경연은 앞으로 법인세 외에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인상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간접 손실도 계산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84조 원 남짓한 복지 확대를 위해 법인세를 인상했다가 66조 원 남짓한 간접 비용이 드는 상황이라면 복지 확대를 위한 법인세 인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한경연의 주장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법인세 & 간접 손실=법인세는 주식회사와 같이 법인 형태로 사업하는 경우 해당 사업에서 생긴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득을 가지고 법인세 납부금액을 결정하니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 법인세는 내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내놓은 ‘복지 정책의 사회적 비용 추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늘어나는 복지 재정을 법인세 인상을 통해서 충당하려고 할 경우 ‘간접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한경연은 현행 복지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총계를 2015∼2017년 3년간 150조7365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적 비용은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소득연계형 정부장학금) 등 4대 복지 정책에 직접 투입되는 돈 84조7320억 원과 66조45억 원의 간접 손실로 구성돼 있다.

간접 손실은 △법인세 인상에 따른 경영 활동 위축으로 줄어드는 정부의 세수 감소액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직접적인 손실액 △근로자의 소득 감소액 △자본 소유주의 자본소득 감소액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를 인상해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민간에서 그대로 돌려주는 상황을 가정해도 경제 전체적으로 후생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조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