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방식 변경 놓고
與 의원들 안이하게 대처

신용카드 공제한도 축소엔
나성린“1500억 펑크땐 골치”
세수증대 목적 누설하기도

‘13월의 저주’가 된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행 방식이 확정된 2013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2013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12월 2일부터 31일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에서 연말정산 방식 변경에 따른 세 부담을 예상하면서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오히려 정부의 세수 증대 필요성을 언급하거나 국민들의 세 부담 문제를 등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기재위 조세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연말정산 관련 논의에서 이석준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현 관세청장)과 안종범 의원(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의료비·교육비·자녀 공제 방식 변경, 신용카드 공제 한도 축소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12일 조세소위에서 조세소위원장인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정부의 신용카드 공제 한도 축소에 강하게 반대해 정부 원안이 꺾이는 분위기가 되자 “1500억, 이거 펑크 나면 골치 아프네”라고 말했다. 1500억 원은 신용카드 공제 한도 축소를 통해 정부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세수 규모다. 회의에서 정부 여당은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문제, 직불카드로의 전환 등이 신용카드 공제 한도 축소의 이유라고 밝혀왔지만 나 부의장은 본의 아니게 ‘세수 증대’라는 목적이 숨어 있음을 ‘천기누설’한 셈이다.

연말정산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4일 조세소위 회의에서는 직장인 세 부담 증가에 대한 안이한 인식도 드러냈다. 의료비와 교육비를 세액 공제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연봉 8000만 원까지도 43만 원이 늘어난다”고 지적하자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그러니까 얼마 안 늘어나요”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