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정현 기자 theos@

연말정산 대란 방치하면
정부신뢰에‘치명타’판단

소득계층별 부담 면밀분석
자녀수·노후 대비 등 감안
세제 개편 방안 적극 검토

일부선 ‘조변석개’ 우려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연말정산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한 것은 사안의 ‘폭발력’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월급쟁이가 1635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연말정산 대란’에 대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이날 밝힌 것 중에서 ‘추가 납부세액 분납’ 정도만 올해 적용 가능하고, 소득공제 조정·간이세액표 개정 등은 일러야 내년부터 적용 가능한 것이어서 샐러리맨들의 성난 민심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 부총리가 공제항목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 일각에선 ‘조변석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연말정산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올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 계층별 세 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간이세액표 개정과 추가 납부세액 분납 방침도 밝혔다.

최 부총리의 발언 중에서 간이세액표를 개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의 총량과는 관계가 없다. 매달 더 내고 나중에 더 돌려받을 것이냐, 매달 덜 내고 나중에 덜 돌려받을 것이냐는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납도 당장 급전이 필요한 국민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돈이 더 들어오거나 덜 들어오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현행 연말정산 체계가 자녀 수나 노후 대비 등에 역행하거나 부족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연말정산 대란이 발생한 것은 세수 ‘펑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 세제실이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해 연말정산 과정 곳곳에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 부총리의 이날 회견은 자녀 수, 노후 대비 등 현행 연말정산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당장 개선하지는 않고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해 내년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논란의 ‘불씨’는 여전한 실정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번 연말 정산부터 소급해서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연말정산이 끝난 회사까지 있는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연말정산을 둘러싼 혼란은 정부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연말정산의 큰 틀을 바꾸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에 정교하게 대비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최 부총리가 개선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