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대남 유화 정책을 펼치면서도 끊임없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개발 등 핵무장 능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워싱턴DC에서 CSIS 주최로 열린 ‘아시아 재균형 전략 2.0’ 세미나에서 “북한은 올해 연이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의 이 같은 지적은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재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토대로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앞으로 북한은 소형화된 핵탄두, 고농축우라늄(HEU) 기반 핵실험, 더욱 정교한 탄도미사일, 진전된 핵분열 능력으로 새로운 기술적 경계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 석좌는 “핵무장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구체적 대응을 취해야 한다”며 “한국은 낮은 단계의 독자적 미사일방어(MD)체계에 더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도입하는 형식으로 다층적 MD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 석좌는 세미나에서 “한국은 25개국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지만 일본과는 맺지 않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고 행정부도 진전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일 3국 간에 GSOMIA가 체결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해 올해 중 미국 주도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한국과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고, 핵 개발 프로그램의 폐기 약속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