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CIA ‘독도 표기’ 하루만에 복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월드 팩트북’ 한국편 지도에서 독도의 미국식 표기인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를 삭제했다가(왼쪽 지도) 비판이 제기되자 하루 만인 5일 복원한 것으로(오른쪽) 확인됐다. CIA는 우리 외교 당국에 월드 팩트북 수정 과정에서 기술적인 실수로 리앙쿠르 암초를 누락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IA는 월드 팩트북에서 여전히 동해의 명칭을 쓰지 않고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해 논란은 지속되고있다. CIA홈페이지·연합뉴스

국방부가 6일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을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의 장애요소’라고 규정한 뒤 ‘엄중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힌 것은 2년 전의 그것보다 한층 강화한 표현이어서 주목된다. 2012년에 ‘극복해야 할 요소’에서 2년 만에 ‘장애요소’로 표현할 만큼 일본의 독도·과거사 도발이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지난해 12월 선거 압승으로 ‘장기 독주체제’를 구축하면서 우경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에 대비한 측면도 강하다.

먼저 국방백서는 한·일 관계 경색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2012년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라는 표현이 올해에는 ‘일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퇴행적 역사 인식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으로 바뀌었다. 아베 총리의 퇴행적 역사 인식을 겨냥한 것이다. 또 2012년 국방백서의 ‘군사적 신뢰와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장은 아예 사라졌고, 대신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올해 국방백서 ‘대한민국 영역’ 지도에 독도 사진이 처음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도 상공에서 공군의 초계비행 활동 사진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우리 땅 독도’에 대한 군의 수호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 국방부 측 설명이다. 독도에 대한 표현은 2012년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는 기존 표현에서 ‘영토’ 앞에 ‘고유의’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하지만 국방백서는 ‘북핵 위협 등 주요 안보현안에는 지속 협력해나가겠다’는 문구도 담았다. 영토·과거사 도발 문제와 안보협력은 가능한 한 분리·대응하겠다는 대일 외교 기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대표적 사례다.

국방백서가 이처럼 예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준에서 일본의 책임론을 제기함에 따라 아베 내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본이 매년 7∼8월 발간하는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표현을 더 많이 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방위백서는 지난해까지 10년째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올해는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강한 일본 만들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아베 내각이 퇴행적 역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집착할 경우 한·일 관계는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