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혼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희망연대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씨앤앰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의 직접 고용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 철폐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원청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계는 파견근로 등이 제한된 국내 현실상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 및 동일처우 요구가 확산될 경우 막대한 기업 부담 증가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 직원 1247명에 대해 ‘적법한 사내 하도급이 아니라 불법 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청인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차 측의 작업 표준서를 근거로 원칙적으로 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근로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위반했다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후 노동계는 “모든 사내하도급은 불법”이라며 하도급 근로자의 원청 정규직화 투쟁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한국지엠 등 자동차업종을 시작으로 비슷한 고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전자, 조선, 건설 등의 사업장에서도 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씨앤앰과 삼성전자서비스, SK브로드밴드 등 서비스업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사내하도급은 시장 수요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일반적인 생산방식이라며 법원 판결 취지대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직영근로자와 같은 처우를 제공할 경우 기업 경쟁력 하락은 물론, 고용위축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 2010년 기준 국내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약 32만6000여 명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 및 동일처우 강제시 자동차산업만 연간 4033억 원, 산업계 전체로는 연간 5조4169억 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연간 약 11만6000여 명의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 등이 의무화되면 기업들은 노동비용이 증가한 사내하도급 고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정규직 고용마저 줄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직접고용 및 동일처우 강제시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은 오히려 불안정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높은 인건비 탓에 기업들은 가능한 노동력 사용을 자제하게 되고 경기가 좋아져도 신규 인력 채용보다 기존 인력의 연장근무 등을 통해 생산성을 늘리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돼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성 등과 같은 취약계층의 고용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파견근로가 극도로 제한된 국내 현실에서 기업으로서는 하도급을 통한 생산물량 조절이 불가능하다면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노동시장이 더 경직될 경우 탄력적 인력 운용이 불가능해진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계는 실상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 기업 근로자들과 서로 다른 회사의 근로자인 것은 물론,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 수준 역시 외부 협력업체 근로자보다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통상임금은 원청기업 대비 85%로 1·2차 부품업체 근로자들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