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등 파견근로 제한 없어

국내 정치권과 노동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하며 사내하도급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과 달리, 해외 선진국 및 글로벌 기업들은 급변하는 대외환경에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반적인 생산방식으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사내하도급 계약 등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BMW의 경우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일하는 전체 근무자 중 외부 업체 소속 비율이 57%에 달한다. 도급 비중도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폭스바겐의 경우 노사 협의로 사내하도급 회사를 설립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근로자를 공급하고 있다. 포드 역시 외부 노동력 활용 비율이 42%로 사내하도급과 파견근로자가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MG로버사는 생산라인 근로자의 80%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로 구성돼 있으며, 프랑스 르노는 사용 중인 사내하도급 회사의 50%가 제조 등 상시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피아트 역시 생산, 물류 등 약 2만 개의 일자리를 75개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사내하도급 활용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500인 이상 제조업체의 59.9%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조선업의 경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비율이 6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조선업 분야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율이 전체적으로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은 전체 소기업의 78%, 대·중기업의 90%가 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외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외부 인력 활용 방법인 파견근로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은 파견근로의 사용사유 및 기간 제한이 전혀 없다. 일본과 체코, 네덜란드, 그리스 등은 사용사유 제한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파견근로에 대한 사용사유 및 기간을 모두 제한하고 있어 임금근로자 중 파견근로자 비율이 해외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인 0.4%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총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고용 관련 법제가 경직된 우리나라는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