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밖으로 사업장 옮겨야
업체별 추가비용 최소 수십억
고용유지·납품 모두 어려워져

“공장 밖으로 사업장을 옮기면 2, 3차 협력업체는 납품 자체가 힘들어질 겁니다.”

지난 9월 법원이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사(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을 원청사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오히려 협력업체와 그 직원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차가 이들 공장 내 부품업체의 사무실을 모두 공장 밖으로 이전하도록 요청함에 따라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모든 협력업체의 사업장은 공장 밖으로 이전해야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은 글로벌 추세와 현장 상황을 도외시한 채 원리·원칙만을 따지는 판결보다는 사내 하도급에 대한 합리적인 개념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 현대차 공장의 외장조립 공정을 하도급받아 70여 명의 직원을 현대차 공장에 근무시키고 있는 A업체 김모 대표는 23일 “2, 3차 협력업체가 현대차공장 밖에 따로 사무실과 물류 단지를 세우려면 업체별로 최소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영세한 협력업체들이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 부품 납품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각 협력업체가 현대차 공장 밖으로 이전하게 되면 각종 추가 비용이 발생해 현재의 고용 규모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부품을 납품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만 전해주고 끝나는 일이 아니고 그 부품을 차체에 완벽히 조립해 주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공장에 협력업체 직원이 붙어 있어야 납품이 가능한 것이 자동차 제조 작업”이라고 말했다. B협력업체 대표는 “법원이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원칙에만 따른 판결을 내려 협력업체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