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지하철과 다리, 터널, 항만, 댐 등 258개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및 진단이 공무원과 업체간의 유착 비리로 인해 엉망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특히 9일 관피아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안전진단 업체가 발주처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전달하고 퇴직 공무원들인 관피아를 대거 고용, 안전 진단에 대한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1부는 올해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해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안전진단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국토교통부 서기관 전모(52)씨, 서울메트로 장모(52) 차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전 직원 변모(59) 전부장, 한국수력원자력 권모(44) 차장, 부산교통공사 박모(54) 과장, 한국도로공사 전 처장 김모(56)씨 등 23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부실한 안전진단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공무원과 공단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안전진단 업체 대표와 무등록 하수급업자 등 21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용역 업체로 선정된 안전진단 업체들은 발주처의 관리·감독을 피하고 입찰 과정에서 유리한 정보를 얻으려 발주처 소속 공무원이나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7곳의 공무원과 간부 등 11명이 1억9400만원의 뇌물을 받은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안전 관련 법령 제·개정 때 안전진단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2000만원과 여행경비 등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차장은 진단 용역의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한국건설품질연구원장으로부터 고급승용차 구입대금 등 모두 7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들은 안전진단 업체 운영자와 공모해 정밀안전진단 업무를 불법으로 재하청을 주고 현장에서 정밀진단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안전진단 업체들은 공사 수주 금액의 55∼54%에 불과한 가격으로 영세 무등록 업체들에게 하청을 맡겼는가 하면 퇴직 공무원을 ‘원장’으로 고용해 소속 발주처에 뇌물을 제공하는 데 활용했다.

고양=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