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한 대 50만 원, 주먹질 한 번은 70만 원 이상….”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학교 폭력 처벌이 갈수록 심해지자, 학생과 학부모 사이 폭력 합의금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방적인 학교 폭력뿐 아니라 사소한 주먹다짐까지 관례적인 합의금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1일 수도권 교사와 학부모 모임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제도가 학생들 다툼의 재판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폭행 사실을 학폭위에 상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가해 학생 측이 피해 학생 부모에게 건네는 합의금의 액수가 ‘뺨 한 대에 50만 원 이상, 주먹질 한 대에 70만 원 이상’ 등 시세가 매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고교생 부모 박민숙(여·43) 씨는 “가벼운 다툼 끝에 아들에게 맞은 학생 측 학부모가 먼저 ‘주먹이니까 한 대에 70만 원’이라는 합의금을 제시해온 적이 있다”며 “주변 학부모들이 관례적으로 정해진 합의금이 그 정도라고 조언까지 해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폭력 합의금 시세가 정해진 것은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교내 폭력의 징계 과정에서 피해 학생의 의사가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학교마다 설치된 학교폭력전담기구가 경미한 싸움의 경우 ‘학폭위’ 상정 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지만, 규정상 피해 학생 측이 끝까지 상정을 주장하면 상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돈을 건네 합의하게 되는 것이다. ‘학폭위’의 징계 처분이 생활기록부에 남아 상급학교 진학에 불리할 수 있다는 가해 학생 측의 위기의식과 골치 아픈 일 없이 현실적인 금액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길 원하는 피해 학생 측 필요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