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이 성사된 막전막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양측 간 협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월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주력인 방위산업의 미래 역량을 위해 삼성탈레스 인수를 타진했다. 점차 전자화하는 추세에 대응할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탈레스는 방위산업 시스템 전문업체로 삼성테크윈의 자회사다. 이에 삼성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갖고 있는 삼성테크윈의 인수를 역제안했으나, 삼성테크윈이 삼성종합화학 지분 26.5%도 보유한 2대 주주여서 이 문제가 걸림돌로 부상했다. 삼성탈레스 매각 논의가 협상 과정에서 방산·석유화학 계열사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삼성 측의 JP모건과 법무법인 태평양, 한화 측의 법무법인 광장 등 자문사들이 중재를 맡아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계열사들을 일괄 매각하는 ‘패키지 딜’이 성사됐는데, 여기서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단’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관계자는 “애초부터 한화 측에서 적극적이었는데, 이는 김 회장이 이끄는 분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의 친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다. 한화 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하버드대 동문인 것은 맞지만, 실제 김 실장은 현재 태양광 부문에서 역할을 맡아서 이번 매매협상에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초대형 협상이 수개월 만에 타결될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두 그룹이 갈등이나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론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빅딜이 성사됐지만, 그 이면에는 사전에 양측 간에 상당한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