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차별 문제에 대해 미온적이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드디어 차별 금지를 공식화한다.

IOC는 다음 달 모나코에서 열리는 임시총회를 앞두고 20일(한국시간) 40개의 개선 추천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개최지 선정 투표 방식, 올림픽 종목 채택 등 많은 개선안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올림픽 헌장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올림픽 헌장 기본 원칙 제6항에는 ‘인종, 종교, 정치, 성별 또는 어떤 다른 이유로도 사람이나 국가가 차별받지 않는다’고 돼 있으나 여기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까지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줄곧 개선이 요구됐던 것들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민감한 문제였다. 지난해 10월 새로 취임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올림픽 어젠다 2020’으로 강조할 만큼 관심이 컸다. 그러나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에서 시행 중인 동성애혐오법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한동안 동성애 차별 금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IOC는 슬쩍 발을 뺐다. “러시아 동성애혐오법이 IOC 헌장을 위반하지 않는다. IOC는 올림픽 주최국의 법률에 대해 논의할 권리가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었다. 이번 개선안은 임시총회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동성애 차별 금지에 관한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