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김천시 부항면에서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는 임업인인 강석현 씨 부부가 수확한 산양삼을 들고 흐뭇해하고 있다. 임업진흥원 제공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산더덕이 임산물 품질인증제도와 판로 개척 덕분에 돈 벌어주는 복덩이가 됐어요.”

강원 정선군 남면에서 13가구의 작목반원들과 함께 민둥산 산촌테마마을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조한원(62) 씨는 올해 산더덕 채취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까지 ㎏당 8000원밖에 못 받았던 산더덕을 올해는 4.8배인 ㎏당 3만8000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는 야생 산더덕은 ‘자연산’답게 향과 맛, 약용 효과가 뛰어나지만 그동안 제값 받고 팔기가 어려웠다. 자연산 ‘산더덕을 일반 ‘밭더덕’과 차별화할 수단도 없고 판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한국임업진흥원이 제공하는 임산물 품질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 희망을 품게 됐다. 엄격한 검사 절차를 통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청정 임산물’이라는 확인서를 발급받아 포장한 산더덕은 호평을 얻었다.

조 씨는 “진흥원이 협약을 체결한 ‘이마트’를 소개해줘 열게 된 판매행사 덕에 산더덕 2.5t을 전량 판매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거래를 틀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설립 3년 차 만에 임업인 수호천사로 자리매김 = 지난 2012년 1월 임업 종합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출범한 한국임업진흥원(원장 김남균)이 출범 3년 차 만에 임업인들의 든든한 ‘지킴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FTA 시대를 맞아 산촌을 고부가가치 청정 임산물 생산 기지로 만들고 은퇴 베이비붐 세대의 산촌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민 먹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청정 임산물 인증 평가를 실시하고 FTA 등 해외 개방 환경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 임업인을 양성하는 등 임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김남균 임업진흥원장은 “그동안 농업 분야는 농업진흥청과 지역농업기술센터가 영농기술 개발, 지원, 교육 등을 맡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지만 산촌은 이 같은 기관이 없는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였다”며 “내년이면 설립 4년 차로 접어드는 임업 분야의 유일 준정부기관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임업인들의 진정한 손발이 되도록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별관리 임산물 1호 산양삼 한국 대표 청정 임산물로 = 소비자의 불신이 컸던 산양삼 시장도 진흥원의 노력으로 이제는 임업인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 받고 있다. 산양삼은 본래 파종만 인위적으로 할 뿐 산삼과 똑같이 자연방임형태로 5∼7년 이상 재배해야 가치를 인정받는 고부가가치 임산물. 그러나 농약, 비료 등으로 밭에서 대량 재배되다가 수확단계에서만 산으로 옮겨진 ‘짝퉁 제품’이 판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해 모범 임업인들만 피해를 봐왔다.

그러나 지난 2012년부터 진흥원의 잔류 농약, 화학 비료, 중금속 검사를 거친 제품만 유통될 수 있도록 특별관리 임산물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품이 제대로 대접받는 시장질서가 정착되고 있다. 인증을 받지 못한 산양삼은 아예 유통이 불법화되고 경찰과의 합동 단속도 연중 강력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단양군에서 17년째 산양삼 재배업을 하는 이현수(여·55) 향산 산약초 영농조합 대표는 “산양삼 특별관리 제도 도입 이후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올해 대형마트에서 불과 14일 동안 17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고소득을 기록하고 있다”며 “산양삼을 원료로 한 술, 비누까지 개발해 오는 19일 수출 상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데 청정 임산물로 한·중 FTA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임산물 생산액은 2012년 기준 6조7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했다. 바른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매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서세명 임업진흥원 소득지원팀 연구원은 “6년을 키운 인삼은 75g에 1만 원을 받지만 같은 6년생 산양삼은 3∼7g짜리도 7만∼10만 원을 받는 고부가가치 임산물”이라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우수 청정 임산물이 제값을 받고 유통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 대상 품목을 내년부터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지 산골 마을을 6차 산업 전진기지로” 산촌 컨설팅 활발 =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전형적인 산골 마을인 호롱불 마을은 임업진흥원의 컨설팅 덕분에 ‘산촌캠핑 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진흥원은 6차례의 방문 조사와 외부 전문가 컨설팅 과정을 통해 마을의 자원과 주민 역량을 분석하고 주민 의견까지 수렴해 가구의 직접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산촌 캠핑’을 제안하고 실행 과정을 지원했다.

주민 박희축(65) 씨는 “마을 공터를 캠핑장으로 제공했을 뿐인데 매주 4만∼5만 원의 직접 소득이 발생하고 가족 단위 캠핑족들이나 손주 같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임업진흥원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업 분야 미래 인재 육성사업도 활발하다. 현재 강원 평창, 전북 남원, 경북 영주 등 3개소에 임산물 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산채’ ‘산양삼’ ‘산약초’ 등의 재배기술 등을 가르치는 6개월 장기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실습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진흥원은 매년 양성되는 이들 전문 임업인을 조직화해 프로 임업인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산촌 귀환 길라잡이 역할도 = 산촌에서 제2의 인생을 일구면서 건강과 노후 소득을 함께 얻고 싶어하는 은퇴 베이비붐 세대가 많지만 막상 현지 주민과의 불화, 재배 품목 선택의 부조화 등 준비 부족으로 실패하는 사례도 허다한 실정이다. 귀산촌을 결심했다면 진흥원의 임업인콜센터(1600-3248)를 이용해 준비 단계별 컨설팅, 희망 임산물 재배 기술, 해당 지역 지원제도, 재배 작물 정보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개발한 ‘산림정보 다드림’(http://gis.kofpi.or.kr)도 지번만 입력하면 필지 내 산림, 토양정보, 규제 현황, 공시지가 등 한번에 81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