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업인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2조2000억 원이 넘는 국비가 해마다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상급식, 누리과정(만 3~5세 아동 유치원·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등 보편적 무상복지에 대한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교육부는 애초 고교 무상교육을 올해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재원 부족으로 내년으로 연기한 뒤 이마저도 연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5년 2422억 원의 예산으로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6년 1조2197억여 원을 반영한 뒤 2017년부터는 해마다 2조2744억여 원을 투입,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누리과정 실시를 위해 시·도 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에 지원해야 할 보육료 총액인 2조1429억 원보다 1300여억 원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 보편적 무상복지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고교 무상교육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공적 지원사업을 통해 43.9%의 고교생이 입학료와 수업료를 지원받고 있으며, 비용을 지원하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포함할 경우 60.9%의 고교생이 무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송기창(교육학) 숙명여대 교수는 “보편적 무상복지에 대한 대상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부 재정이 충분하면 다 주는 것이 좋지만 조건 없는 무상복지 정책으로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소외계층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역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