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의 쇼맨십” “(불가능한)마법을 부리려 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습적인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한 지난 10월 3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완화의 마법사(wizard of ease)’로, 추가 완화 결정을 ‘쇼맨십’이라고 표현했다. 구로다 총재를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기꾼 마법사에 빗대면서 추가 완화 결정이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보여주기식 결정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일본 안팎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단계이자 핵심인 성장전략(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인 양적 완화, 재정지출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린 이후에는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계속해서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만 나서고 있다는 우려다.

WSJ는 “최악의 정부 재정, 개선되지 않는 노동시장, 보호받는 국내 산업과 고령화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물가상승이라는 마법을 부리려는 것은 아주 대담한 시도”라고 비꼬면서 “추가 완화는 아베 총리가 오랫동안 약속만 해 온 ‘제3의 화살’(성장전략)을 피해갈 수 있는 지지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가 완화 발표 직후 주가가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추가 완화는 약물 처방 같은 것으로, 주가 상승이 지속될지는 과제로 남는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전했다.

수출 기업을 지탱해 온 엔화 약세는 더 진행될 경우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엔화 약세의 직격탄을 맞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원자재 구매 비용이 급등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니는 달러당 1엔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30억 엔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적 완화 이후의 출구전략도 고민거리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완화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

2015년 말 일본의 본원통화는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하는 350조 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양적 완화를 계속할 경우엔 미국의 양적 완화 규모 4조 달러까지 넘어선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GDP 대비 양적 완화 규모는 일본이 70%, 미국이 20%, 유럽이 10%로 일본의 완화 정도가 돌출적으로 많다”면서 “그만큼 완화를 종료할 때 난관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