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수출 손익분기점인 ‘마지노선’을 뚫고 내려가 중소업계가 수출 전선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하면 자금력이나 정보력이 취약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수출 중소기업 75개가 꼽은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1014.15원으로 95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적자 수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일본 중앙은행의 ‘깜짝’ 추가 양적 완화 결정에 원·엔 재정환율은 한때 100엔당 950원대로 떨어져 지난 10월 26일(958.73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아졌다.

조사결과 75개 중소기업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69.3%에 달했다. 특히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자동차 부품, 전자 제품, 철강 등 부문에서는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응답 비율이 100%였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이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에 밀릴 공산이 크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금형업체인 A사는 지난 10월 일본 수출 단가를 하향 조정했다. 제조 원가와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출혈 수출’에 가깝다. 엔저가 지속하면서 일본 내 금형 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출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면서 “환율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모르겠지만 일본 원청업체와 거래처는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