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엔·달러 환율이 급등(엔화 가치 하락)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엔·달러 환율이 올 연말 115엔, 내년엔 12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달러 강세 속에 엔저가 심화하면서 주요국들의 상이한 통화정책 기조로 인한 글로벌 ‘환율 전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엔저 심화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단가 하락을 가속화해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12.4엔까지 치솟아 2007년 12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IB들은 향후 엔화 유동성이 증가하고 일본 공적연금(GPIF)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엔화약세 기조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무라 등 글로벌 IB는 “올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15엔까지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20엔까지 상승해 엔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BNP파리바는 향후 12개월 내 121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100엔당 950원 수준인 원·엔 재정환율은 연말까지 900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파른 엔저 기조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추가 엔화 약세를 기대하고 수출단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까지 내려가면 국내 총수출이 8.8%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자동차·기계·철강 등 산업의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