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공공부문 혁신, 공무원연금 개혁, 방위산업 비리 엄단, 부정·부패 척결 등을 포함해 국정 전분야에 대한 강력한 개혁의지를 밝히면서 주문과 각오를 쏟아냈다. 특히 올 정기국회에서 시급히 처리를 요하는 중요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께 약속드린 국가혁신을 일관되게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진행돼 온 공공부문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 대혁신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적나라한 적폐가 드러난 방산비리 및 군납 관련 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할 정도로 심각한 인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러분이 지적해 준 것처럼 아직도 공직과 우리 사회에는 부패와 비리가 여전하다”며 강력한 적폐 해소 방침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 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 이어 연이틀 방산·군납 비리 척결을 강조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방산 개혁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공공무문 개혁 및 부정·부패 척결 의지와 관련해 이들 사안이 경제활성화 노력과 함께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차원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같은 오랜 적폐와 비정상적 제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경제활성화도, 국가 재도약도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공직혁신과 부패척결을 이루지 않고서는 다음 세대에 또 어떤 고통을 물려줄지 모르고, 지금 우리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 같은 고민이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척결하기 위한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하루 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재정만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다 살릴 수 없고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규제를 철폐하고 민생을 살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주셔야 정책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 작업을 통해 부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올 한 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고질적인 방만경영이 상당부분 바로잡혔고, 공기업 부채도 연말까지 33조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성과를 진단한 뒤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