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행한 2015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이른바 ‘골든타임’론이다. 저성장·저물가·엔저 등 신3저(3低),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하락 등 안팎의 도전이 거세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말로 현 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안팎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장기불황이라는 기나긴 고통에 빠져들어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 공무원연금과 방위산업 비리 등 공공부문 개혁,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한 국가혁신 등에 초당적 협조와 동참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무릅쓰고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0조 원 늘린 것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총 46조 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에 확장적 예산이 더해지면 우리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내년도 예산안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이 균형을 이룬 경제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기조에 맞춰 편성된 첫 번째 예산임을 설명하면서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을 이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선 기초가 튼튼한 경제 실현을 위해 국민 안전과 공공부문 개혁,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현안으로 부각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연금 재정수지 부족액이 현 정부에서만 15조 원, 다음 정부에서 33조 원, 그 다음 정부에서 53조 원 이상이 돼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무원 사회를 향해 “지금의 희생이 우리 후손들과 대한민국의 기반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부디 조금씩 희생과 양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올해 말까지 반드시 마무리되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동적인 혁신경제의 키가 창조경제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벤처 생태계 구축과 연구·개발(R&D) 지원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호주, 한·캐나다 FTA의 조속한 비준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뉴질랜드·베트남과의 FTA 협상도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재정만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다 살릴 수 없다”며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호소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취임 후 2년 연속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서는 등 국회 존중 의지를 강조하면서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택시장 살리기를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관련 법안, 각종 서비스 산업 진흥 관련 법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뒤 “꼭 필요한 법률 개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상생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하루 속히 처리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