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표정은 다소 엇갈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연설 및 퇴장 시까지 포함해 29차례나 박수를 치며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화답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상당수 야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일어나지 않아 지난해 시정연설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호소를 좋게 평가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강경파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를 59회, ‘성장’을 15회, ‘일자리’를 10회 언급했다. 경제활성화 및 경제 성장, 일자리 확충의 필요성을 그만큼 강조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등 잇단 안전사고를 의식한 듯 ‘안전’이 19회 등장했지만 ‘세월호’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국가’ ‘혁신’ ‘개혁’ ‘연금’은 각각 16회, 14회, 11회, 10회 언급됐다. 상대적으로 ‘복지’는 6회, ‘민생’은 3회 언급되는 데 그쳤고, ‘민주’나 ‘경제민주화’는 나오지 않았다. 언급된 단어를 통해서도 경제 문제에 주력하면서 안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색 정장에 은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 정의화 국회의장 및 의회 지도부와 환담한 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박 대통령을 맞았다.

연설이 시작되자 여야의 표정은 확연히 대비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설 중간중간 강한 박수 세례를 보냈다. 하지만 대다수 야당 의원은 묵묵히 연설을 지켜보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과도하게 박수를 친다고 생각하는지 웃으면서 웅성거리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시정 연설 이후 열린 여·야·청 회동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은 모니터에 나오는 원고를 읽으며 연설을 꼼꼼히 듣는 모습이었다.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의 연설에 열심히 박수를 보내며 이채를 띠었다.

연설 후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야당 의원들은 일부만 일어나 박수를 쳤고 상당수 의원은 기립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본회의장 앞줄에 있는 여야 의원들과 악수를 한 후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시정연설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사전환담에서 제외된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 입장시 기립은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연설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통진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법무부의 정당해산 청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연설 내내 검은색 글씨가 쓰인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펼쳤다. 이에 시정연설 직전 새누리당 쪽에서는 “국회 안에서 시위하는 것을 의장이 방치한다”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진·윤정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