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에볼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에볼라 대책이 1차적인 감염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2차 감염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감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에볼라 대책은 검역을 강화하고, 국내 발생에 대비해 격리병상을 마련해 놓는 데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에볼라 발병국 방문입국자를 모두 검역조사 하고 일일 모니터링하는 국내의 검역시스템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검역보다 단계가 높아, 감염자가 나타나면 발견하고 격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대처에 대해서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에볼라 감염환자가 나타나면 이들을 진료하고 접촉하는 의료진이 감염될 수 있는데, 감염 예방 선진국인 미국과 스페인에서도 의료진 2차 감염이 나타난 것을 보면, 에볼라 치료 경험이 없는 국내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가운, 보안경, 장갑 등의 개인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고 이를 적절한 방법에 의해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국내 시설에 대한 장비 점검과 의료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미국도 우주복 수준의 보호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2주동안 훈련한 뒤 투입했지만 의료진 감염이 나타났고, 초기 해열제나 항생제 투입을 놓치는 사례가 벌어졌다”며 “에볼라가 유입되기 전에 국가 전염병 격리병상부터 보호 장구 점검과 의료진 교육을 실시하고, 3차 의료기관과 응급실까지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환절기를 맞아 몸살감기 및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에볼라 발병국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는 점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볼라 초기 증상이 감기증상과 비슷해 부산 등에서 감기를 에볼라로 잘못 의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 국민적 혼란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일반 의료진에 대해 에볼라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