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누더기 학교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외벽에 군데군데 금이 가 있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지만 보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올해 집행된 서울시 초·중·고 학교시설개보수 예산이 반토막 난 가운데, 일선 학교들은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전기 시설 및 외벽 보수 개선 사업 등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전히 노후화된 화장실로 인해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화장실 개선에 쓰인 돈은 지난해보다 30억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시교육청 ‘학교시설이력관리 통합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학교시설개보수 사업에 쓴 돈이 크게 줄었다. 소방시설 개선에 쓰인 돈은 지난해 25억9487만 원에서 올해 10억7920만 원으로 58%(15억1567만 원)나 줄었고, 전기시설 개선에 집행된 예산도 52억870만 원에서 21억981만 원으로 59%(30억9889만 원) 감소했다.

외벽보수 등 외부환경 개선 집행 예산도 지난해 206억904만 원에서 올해 58억8610만 원으로 71%(147억2294만원)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환경 개선 집행 예산은 주로 담장 개선 공사, 교문 교체 등에 쓰여 등·하굣길 학생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열 등을 위해 파손된 유리창·창틀을 교체하는 창호 교체 사업 집행 예산도 지난해 85억1600만 원에서 올해 56억6761만 원으로 33%(28억4839만 원) 줄어들었다.

노후화된 화장실이 많아 생리적인 욕구조차 마음 편히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화장실 개선 집행 예산도 지난해 131억1396만 원에서 올해 101억9118만 원으로 30억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도장·방수공사 및 바닥보수 집행 예산은 207억7144만 원에서 148억2019만 원으로, 노후교실 개축에 쓰인 돈도 지난해 255억5294만 원에서 206억1715만 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석(새누리당)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지난해 2014년 예산편성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에 교육환경개선시설 사업비로 약 3500억 원을 요구했으나, 실제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801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무상복지 예산이 급격하게 늘어 서울시교육청이 재정난을 겪자, 줄여도 당장 티가 나지 않는 학교시설 개·보수 예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교육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학교가 노후화돼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불만이 커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부유한 아이들에게까지 혜택이 가는 무상복지 예산을 줄이고, 학교시설 개·보수 예산을 늘리는 결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