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가는 것을 보고 대관 업무조직을 처음 만들었어요.” “의원 보좌관에게 상품권이라도 줘야 국회 상황에 대해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가 7일부터 시작한 가운데 어김없이 반복된 국회의 ‘군기잡기식’ 기업인 부르기 행태로 인해 재계가 좌불안석이다. 이른바 국회의 ‘갑(甲)질’은 기업총수나 최고경영자(CEO) 증인 출석 요구를 넘어 일부 의원과 보좌관들은 기업 관계자들에게 먼저 접근해 회사 대표 등을 증인 신청 명단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적지않은 후원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기업은 당초 대관업무 조직이 없었지만 국감 때마다 기업인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모습에 부담을 느껴 지난해 말 새로 대관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평소 의원 보좌관들과 자주 접촉해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A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A기업 관계자는 “국감시작 전 한 보좌관이 가안으로 만든 서류를 보여주며 ‘우리 말을 안듣거나 서운하게 하면 서류대로 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을 해와 회사내 초비상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만 47명에 이르고, 아직 증인 채택이 끝나지 않은 상임위원회를 감안하면 기업인 증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B기업 역시 회사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B기업 관계자는 “보좌관에게 선물이나 상품권이라도 쥐어줘야 내부 회의자료를 볼 수 있다”며 “평소 이들 ‘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아무리 형,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냈어도 국감 증인신청 등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업 ××에게 국회 응대 요령을 배우고 오라”고 핀잔을 하는 보좌관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C기업은 의원실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관조직을 최근 대폭 확충했다. C기업 관계자는 “하라는 일은 안하고 기업들 목만 졸라대는 의원들을 생각하면 속에서 불이 나지만 의원들 앞에 기업은 영원히 ‘을(乙)’일 수밖에 없어 의원과 보좌관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D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죄인도 아닌데, 범죄인 다루듯 마구 호통부터 해대는 의원들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경제상황도 안좋은데 국회까지 때려대니 한마디로 기업들만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