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기업인 증인 채택 문제로 국정감사 파행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

특히 야당은 대기업 총수 부르기에 명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를 불러 군기를 잡는 모습을 통해 야당의 권위를 세우고 진보진영과 일부 서민층의 반기업정서를 활용해 선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사기업은 안된다는 원칙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떼를 쓰고 있는데 여당은 잘못된 구태를 바꾸자는 입장”이라며 “총수든 사장이든 임원이든 부를 원칙, 근거가 없으면 아무도 못 부른다”고 맞섰다.

야당의 기업인 부르기는 연례행사다.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 등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파행을 겪었다.

당시 야당은 이들 3명 외에도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허인철 이마트 사장,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등 20여 명의 기업인을 추가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 증인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증인 채택 권한을 무리한 증인 채택으로 매도해 스스로 국회의 권능을 훼손하지 말라”며 표결처리를 요구했다.

2012년 국감에서도 야당이 이석채 KT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며 국감 파행이 빚어졌다. 여야 공방 과정에서 나온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의 “새누리당이 증인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업 살인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인신공격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졌던 2007년 환노위 국감장은 정치 공방의 장이 되며 한때 파행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한 증인을 신청하려는 당시 여당(현 새정치연합)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들 사이의 공방이 벌어졌다.

환노위에는 강성 의원들이 배치돼 대립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우원식·은수미 의원 등 강경파 의원이 기업인 증인채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의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은 간사가 협상을 하고 나면 설령 결과가 좀 미진하더라도 받아들이는데 야당에서는 협상 후에도 간사에게 여러가지 요구를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8일 지도부까지 나서서 환노위 증인채택 문제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 환노위가 기업 총수들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로 파행했다”며 “경제가 대단히 어려워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당이 필요한 증인 채택에 반대하기 때문에 환노위 국감이 파행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증인, 참고인이라면 숫자가 무슨 관계인가. 수십, 수백 명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환노위에서는 여야가 7일 국감 첫날을 증인채택 문제로 통째로 날린 데 이어 8일 증인채택을 위한 재협상을 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